Papa Zones

[아빠일기] 출산 후 어느덧 100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의 시작!)

creative2pd 2020. 3.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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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예정일에 맞춰서 삼월이(태명)가 우리에게 왔다. 와이프가 몸이 계속 무거워지고 힘들어해서 담당 선생님과 상의 후 유도분만 일정을 예정일로 잡고 새벽 6시에 병원으로 향했다. 유도분만을 할 때는 새벽부터 투약을 하고 오후 3시를 넘기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새벽 6시 첫 입실을 하였다. 우리 뒤로 많은 산모들이 유도 분만실로 들어왔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잘 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옆 병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도 우리 분만실은 조용하고 살짝 허리가 아픈 정도였다. 정오가 지나고 나니 와이프나 나나 서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담당 선생님께서 오셔서 계속 확인해주셨는데 왠지 내일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오후 3시가 지나 우리는 유도분만 약을 중단하고 내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기도 힘들기 때문에 계속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초음파를 확인하시더니 아기 심박수가 너무 약해져서 아무래도 제왕절개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오후 5시경 우리는 삼월이를 만날 수 있었다. 

자연분만을 하면 원래 다인실을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제왕 절개를 해서 1인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직장에서 가까운 강남 미래와 희망을 주병원으로 삼았기 때문에 출산도 이곳에서 하였고 음식부터 신생아 케어까지 매우 만족스러웠다. 

모자 동실시간에 처음으로 앉아봤는데 갑자기 눈을 마주치면서 쳐다보는데 '내 딸이구나' 이런 느낌보다는 '어..... 안녕? 나 처음 보지? 내가 아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인격체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임신/출산을 지내온 것 같았는데 막상 내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깐 한 사람의 또 다른 객체로서의 삼월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박 5일의 1인실 생활을 마치고 강서구에 위치한 조리원으로 이동해 왔다. 제왕절개 비용은 1인실 사용료 포함해서 100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보험료 청구하니 50만 원 정도 나왔고 실비는 50만 원 정도만 나왔던 것 같다. 장모님과 우리 집에서 용돈을 좀 주셔서 병원비 부분도 해결할 수 있었다. 

 

조리원을 강서구로 옮긴 이유는 처갓집이 강서구에 있고 조리원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처갓집에서 와이프 쉴 수도록 계획하고 있어서 이곳으로 정했다. 양천향교 앞에 있는 에빠토 르베르쏘 산후조리원인데 만족도는 흠 80% 정도이다. 원장님의 가슴 마사지가 유명하다는 것과 이모님들이 너무 베테랑이셔서 그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물리적인 부분들과 프로그램 부분이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일단 1층에 횟집이 있는데 이 부분은 상담과 예약을 할 때부터 고민스러웠던 점이었다. 횟집 화장실이 1층 엘리베이터 타는 곳에 있고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환기를 하거나 할 때 안 좋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환풍기를 옥상으로 해서 횟집 냄새가 안 올라온다고 했지만 막상 입주를 하고 보니 지하철 앞이나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고 조리원에 있으면서 환기를 하고 청소할 일이 있었는데 담배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더욱이 1층 화장실을 이용하는 취객들이 간혹 있어서 4층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위생적으로 단독 건물이 아니라서 조리원에 대해서 큰 만족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식사나 안에서 생활하는 건 이모님들이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열심히 대해주셔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다 같이 만찬을 즐기는 프로그램은 입주 시점에 따라 이용을 할 수 없어서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들어갔지만 충분히 그 금액을 사용했다는 생각은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조리원에서 지내면서도 모자동실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와이프가 많이 힘들었다. 삼월이가 먹는 힘이 장난이 아니고 이모님들도 삼월이가 매우 활달한 아이인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초반에는 모자동실을 계속했지만 와이프의 몸 회복이 먼저이기 때문에 새벽에는 이모님들에게 수유를 계속 부탁드렸다. 

조리원 나오면 조리원이 천국이었음을 깨닫게 된다고 하던데 정말 그리하였다. 10일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나 역시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데 와이프 혼자 삼월이를 케어하기에는 버거울 것 같아서 한 달 정도 처갓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연애 때 가끔 싸우긴 했지만 결혼해서는 거의 싸우지 않았는데 아기를 키우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와이프랑 사소한 일들로도 부딪치기 시작했다.

 

장모님께서 음식을 매번 해주셔서 그 부분은 너무 좋았지만 우리 부부는 2시간마다 분유를 먹여야 했기 때문에 잠은 제대로 못잤다. 한 번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서럽게 우는 딸은 처음으로 봐서 살짝 공황상태에 겁나기도 했지만 배고파서 그런 것이었다. 

원래는 한달 정도만 있을 예정이었지만 몸이 아직 회복되지도 않고 구정도 다가오고 있어서 2월 말 구정 때까지 있기로 하였다. 그래서 근 두 달 정도를 처가살이하면서 함께 공동육아에 들어갔다. 주변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아는 지인분들이 옷이면 기저귀면 많은 선물을 해주셨다. 분유는 어떤 걸 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지만 산양분유로 정했고 기저귀는 하기스로 정했다. 하나뿐인 삼월이의 삼촌은 국민 모빌을 사주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성탄절이 지나고 2020년 새해를 맞이하고 구정이 되고 원래의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왔다. 그 사이에 BCG 예방접종도 처음으로 맞았는데 원래는 9개 주사인 유료 주사를 맞추려고 했는데 우리가 잘 몰라서 한 번에 놓는 무료 주사를 맞았다. 전라도 장모님의 맛있던 식사들을 뒤로하고 우리의 집으로 향했다. 

침대는 월 3-4만원을 주고 대여를 하면서 사용했고 100일 지나 어느 정도 커 범퍼 침대를 주문했다. 근데 정말 100일의 기적은 있었다. 새벽에 아주 안 깨는 건 아니지만 훨씬 통잠을 자고 우리가 다른 일들을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감기에 걸려 병원을 3-4번은 다녀왔다. 습도가 중요하다고 하여 가습기도 구매하고 매일 목욕도 시키고 가진 노력을 열심히 해서 키우고 있다. 그 시점 코로나가 터지고 원래도 집을 나가지 않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좀 더 삼월이와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라는 기는 삼월이가 살아갈 세상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과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생각뿐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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