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일기] 임신 그리고 6주차 유산기 하혈
이 블로그가 공개될 지 이렇게 비공개로 계속 남아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2주 전 와이프가 몸이 이상하다며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보았을 때 희미한 두 줄이 나왔다. 계획을 했던 임신이 아니라서 놀람 반 설렘 반이었고
다음 날 한 번 더 해보고 이번에도 두 줄이 나오면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희미한 두 줄이 보여 다음 날 바로 병원 예약을 잡고 진료를 받고 왔다. 와이프 먼저 피검사를 했는데 당시에 4주 정도 진행이 되었고 피수치로는 임신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 아기집을 확인하러 남편이랑 같이 오라는 말에 함께 병원에 갔다. 우리는 함께 1cm 정도의 태낭을 확인했고 의사선생님의 축하 말과 함께 아빠/엄마라는 호칭을 들었다. 그리고 12월 3일이 예정일이라는 이야기 역시 듣게 되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초기 유산이 많기 때문에 12주 안정기가 될 때까지는 주변에 안 알리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양가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에게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주 정도 지나면서 우리는 '3월'이라는 태명을 지었다. 3월에 갖게 된 아이라서 3월이라고 지었다.
그렇게 조심하자며 책도 사고 엽산과 음식도 챙겨먹기 시작했을 무렵와이프가 다금하게 하혈이 심하게 난다며 병원으로 와줄 수 있냐고 물어서 회사에 바로 이야기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근처에서 근무하고 정기적으로 가던 병원이 회사 근처에 있어서 바로 갈 수 있었다. 담당 선생님이 급하게 응급수술을 들어가셔서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받게 되었다.
처음 갔을 때는 임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주변을 신경쓰지 못했다가 안 좋을 일로 병원을 찾게 되니 병원에는 행복한 부부 뿐만 아니라 난임, 유산, 질병 등 어려운 일들로 온 사람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슴 먹먹한 기다림속에서 서로 혹 잘못된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라며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기다렸다.
그렇게 진료가 시작되었다. 와이프의 증상은 붉은 하혈이 심하게 쏟아졌고 생리를 하듯이 배가 빠질 것처럼 아픈 복통이 동반되었다. 갈색혈은 괜찮을 수 있지만 붉은 하혈은 위험할 수 있다는 여러 후기에 걱정이 더 심해졌다.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아기는 잘 있는 것 같다면서 심장소리를 들려주셨다. 하지만 착상이 불안정하고 하혈이 심해져 아이집이 함께 쏟아져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쉬면서 계속 누워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증상을 유산기라고 말씀하셨다. 입원할 수 있으면 피가 멈출 때까지 입원하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집이 더 편하다면 집에서 계속 누워서 쉬라고 말씀하셨다.
직장과 집이 멀어서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해서 오다보니 더 심해진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밥먹을때와 화장실갈 때를 빼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해서 집에 오자마자 누워서 쉬고 있다. 신물도 심하고 여러가지로 몸이 아프면서 눈물도 쏟아낸 와이프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이렇게 엄마들은 고생을 하면서 우리를 낳고 키웠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주말에 회사 행사가 있어서 주말까지는 힘들지만 당장 목/금 연차를 쓰고 와이프 옆에 있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여러 후기를 보면서 어떤 이들은 유산기 이후에 블로그를 더 이상 쓰지 않기도 어떤 이들은 행복한 후기를 계속 써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글 역시 어떤 미래를 갖게 될 지 모르겠다. 바라기는 3월이가 건강하게 세상에 잘 태어나주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가슴 먹먹한 하루였다. 오늘은.